제목 <문화일보> 골목길 낡은 빈집들 새단장 호텔로… ‘폐광촌 18번가의 기적’ 작성일 19-12-12 14:33
글쓴이 도시재생산업박람회 조회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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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기사작성일 : 2019년 03월 08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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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정선군 고한읍 18번가 주민들이 폐광 이후 사람들이 떠나 빈집이 즐비하던 마을 골목길 살리기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5일 주민들이 수리된 집과 가게 앞의 화단을 관리하고 청소하며 골목길

가꾸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 신창섭 기자 bluesky@




강원 정선군 고한읍 ‘마을호텔’ 추진

인근 지역 年 600만명 찾지만
정작 마을엔 찾는이 없어 ‘쇠락’

인쇄업체·이음 플랫폼 입주 후
사랑방 역할하며 변화 이끌어

담장 허물고 쓰레기 대신 화분
주민 자발적으로 환경 재정비

작년 도시재생 뉴딜 사업 선정
주변 골목상가 연결 후 호텔화
올 7월 개관… 주민에게 일자리


“올해 7월 마을호텔이 개장하면 깜짝 놀랄 거예요. 하반기가 되면 우리가 상상하는 마을 모습의 90% 이상 실현될 것으로 확신하는데, 모두 주민과 함께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5일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골목길에서 만난 김진용 마을 만들기위원회 사무국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국내 대표 폐광지역인 정선군 주민들이 폐허와 같던 ‘18번가’ 탄광 골목길을 도시재생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고 있다.

고한 18번가는 고한읍 20개 마을 가운데 18번째 마을이다. 주민들은 기존 폐광지역 활성화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작 마을은 더욱 쇠퇴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마을 바로 옆에는 연간 6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하이원리조트와 야생화로 유명한 함백산이 있지만, 마을을 찾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을이고 주민’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고한 18번가 골목길 살리기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도시재생은 탈산업화 이후 급속히 쇠락한 탄광지역에서 처음 움텄다.

◇18번가 기적의 시작 = 기적 같은 변화는 1년 6개월 전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빈집이 즐비한 허름한 골목길에 한 인쇄업체가 이사와 리모델링을 했고 몇 달 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청년 창업공간인 이음 플랫폼이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골목길에서 두 집의 변화는 마을 사람들에게 묘한 기대와 자극을 주었다. 단순히 겉모습만 예뻐진 것이 아니라 이들 가게는 마을 사랑방 역할도 하며 마을 재생 논의의 구심점이 됐다. 주민들은 우선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갔다. 골목의 지저분한 폐전선을 정리하고 곳곳에 널려 있던 쓰레기를 치워내자 골목길 문 앞에는 작은 화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골목길에 일방통행 표시를 그려놓자 역주행하던 차들도 사라졌다. 주위에 방치된 게시판과 담장을 허물고 꽃을 심으니 마을 정원이 됐다.

골목길의 표정이 바뀌자 행정과 기관, 단체, 전문가의 도움이 이어졌다.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재원이 모이고 주민들의 자신감까지 더해지자 골목의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고한 18번가의 기적은 이렇게 현실이 됐다. 지난해 노후주택 7채를 고쳤고 빈집 4채가 상가와 마을회관으로 변신했다. 행정에서 재료비를 지원하고 작업은 집주인과 마을주민이 함께했다. 올해에는 20채를 수리해 골목길 350m 전 구간의 리모델링을 마칠 계획이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마을부녀회에서 공예수업도 진행했다. 여기서 화분을 제작해 마을 골목길을 꾸미는 데 활용했다. 강원랜드 등 지역기업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골목이 ‘마을호텔’로 변신 = 고한 18번가는 이제 ‘마을호텔’이라는 또 다른 변신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선정돼 오는 7월 1호점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을호텔은 마을에서 영업 중인 민박, 식당, 카페, 세탁소 등 골목 상가를 연결해 마치 호텔과 같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호텔 한 곳에서 숙식과 각종 서비스가 모두 이뤄지는 방식을 벗어나 지역의 빈방과 상가를 연결해 호텔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한 18번가는 마을 한 곳에 높이 서 있는 수직 개념의 호텔이 아니라 골목길 전체에 펼쳐져 누워 있는 정다운 호텔을 지향한다. 이런 노력이 전국의 관심을 받다 보니 마을을 벤치마킹하려는 기관 단체 방문은 물론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200여 명의 주민은 모두 마을호텔 직원이 돼 전국 어느 곳에서도 체험하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 마을호텔이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원주민들을 내쫓지 않고 상생하는 방식의 도시재생이기 때문이다. 도심 개발로 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고한 18번가의 주민은 주업인 음식점과 카페, 카센터, 미용실 등 서비스업을 계속하면서 도시재생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고한 18번가는 이 사업으로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최 ‘2018 균형발전박람회’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상을, 국토부 주최 ‘2018 도시재생 한마당’에서는 최우수상(장관상)을 받았다. 김진용 사무국장은 “고한 18번가는 이전에는 없던 마을이 탄광 때문에 40~50년 전에 생기다 보니 건물 형태가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광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마을호텔과 함백산 야생화축제를 연계해 사람이 떠나던 마을에서 돌아오는 마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지금의 협업 방식도 빈집 개선을 위한 사업비를 마련하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환경이 개선되자 애초 계획했던 마을호텔 건물 주인이 사업을 철회하기도 했다. 지금의 호텔 1호점 건물은 마을이장이 무상으로 쓰라고 제공한 곳이다. 유영자 마을 만들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초만 해도 빈집과 상가를 모두 헐고 주차장으로 만들자는 사람도 있었다”며 “마을호텔을 마을기업으로 전환해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선 =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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