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문화일보> 재봉틀 소리 고단했던 골목길 … 삶이 있는 ‘봉제거리 박물관’ 됐다 작성일 19-12-12 15:11
글쓴이 도시재생산업박람회 조회수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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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기사작성일 : 2019년 03월 15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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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에서 마을 해설사 교육을 받고 있

는 지역 주민들이 우리나라 봉제산업의 역사 등을 설명하는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있다. 신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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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주민 43명이 3만 ~50만원 출자
전국1호 도시재생협동조합 구성
주민들 제안따라 ‘역사관’ 건립
입소문 타고 전국서 관람객 찾아

봉제노하우 활용 체험강좌 열고
백남준 기념관 카페 등 수익창출
주민복지·마을개선 위해 재투자


지하철 동묘앞역 8번 출구에서 나와 비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골목 양편에 밀집한 주택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핏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열린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수북이 쌓여 있는 옷감과 빼곡하게 늘어선 재봉틀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류산업의 발전을 이끈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의 모습이다. 지난 13일 찾은 이곳은 곳곳에서 봉제 용어와 의류 생산 작업과 관련된 내용을 표지판 형식으로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봉제거리 박물관’이었다. 특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골목길 사이로 원단을 분주하게 옮기는 오토바이 행렬은 이곳의 특징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듯했다.

걸은 지 얼마 안 돼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을 기리는 ‘백남준 기념관’을 마주했고, 백남준 기념관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는 국내 최초 주민들이 중심이 돼 세운 도시재생회사 ‘창신숭인도시재생 협동조합’이 있었다. 협동조합에서 10분쯤 걸어 봉제거리 박물관 끝에 다다르자 지난 2018년 4월 국내 최초로 봉제산업을 테마로 만든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곳은 봉제의 역사에서부터 상설 전시, 특별 전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인근 주민들의 동네 사랑방 역할까지 해내며 창신·숭인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봉제 산업 1번지인 창신동, 그중에서도 봉제공장이 밀집돼 있는 창신동 골목 끝자락, 낙산성곽 인근에 건립된 봉제역사관은 봉제전시장서부터 제작실험실, 체험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평일 오후임에도 깔끔하게 단장한 봉제역사관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반 관람객은 물론이고 창신·숭인 지역 마을 해설사 교육을 받고 있는 마을 주민 30여 명도 이곳을 찾아 우리나라 봉제산업의 역사 등을 설명하는 도슨트의 해설에 귀를 쫑긋 세웠다.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이 499㎡에 불과하지만 서울시 운영 전시관 중 지난해 단위 면적(㎡)당 관람객 수(131명)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방학 때는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오고, 학기 중에는 학생들이 단체로 찾아온다. 컴퓨터 자수, 시대별 아이콘 의상 체험, 스탬프 체험하기 등 프로그램을 운용, 초중고 방과 후 체험학습이나 진로체험 장소로 인기가 높다. 이곳은 이제 입소문을 타고 지방에서도 방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4월 24일엔 충남 천안의 초등학교 학생 81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홍지효 봉제역사관 부관장은 “골목길을 한참 올라와야 만날 수 있어 찾아오기 힘든 공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방문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나라에서 밀어붙인 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을 요청해 이뤄진 성과라서 더욱 뜻이 깊다”고 말했다. 그는 “봉제역사관이 봉제인들의 사랑방 역할,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하며 봉제인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며 “수십 년 동안 일만 해 온 봉제인들에게 힐링 공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신·숭인 지역은 주민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진행하는 주민제안형 ‘주민공모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을 통해 △생활공구 무료 대여 및 집수리 상담 등을 진행하는 ‘숭인공방’ △봉제인이 강사가 되는 ‘봉제 체험 프로그램’ △마을의 역량 있는 주민과 청년들을 발굴해 마을 이야기 영상촬영 등을 진행하는 ‘주민예술공동체 사업’ △바리스타 전문 교육 등에 참여해 마을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커피교실’ 등을 진행,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민 43명이 3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출자해 만든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의 도시재생이 행정과 전문가 등 공공의 주도하에 진행됐다면 이제부터는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가옥 터에 지은 백남준 기념관 카페 등의 공공이용시설의 운영·관리, 지역 답사 프로그램 운영, 마을계획 수립 등을 맡았다.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마을 기금으로 적립해 뒀다가 지역 복지사업을 위해 사용하거나 새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백남준이 어린 시절 살았던 창신동 집터에 2017년 3월 개관한 백남준 기념관은 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백남준을 회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 또한 조성돼 있다.

카페에서 만난 김춘자 씨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카페가 문을 연 뒤부터 줄곧 일해왔다”며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같은 주민으로서 마을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마음 편하고 보람도 크게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올 한 해도 종로구는 창신·숭인 일대를 활력 넘치고 매력적인 마을로 재생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에 서울형 뉴딜 일자리 사업을 연계해 주민이 주체가 된 도시재생 추진을 이끌고 주민 역량을 이끌어 줄 컨설턴트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손경주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기획운영실장은 “물리적인 환경 변화보다 10년 이상을 멀리 내다보고 마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데 도시재생의 주안점을 두고 추진해 왔다”며 “도시재생은 현재진행형으로 최대한 많은 주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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